장재호변호사 8

억울한 임대인도 있다 — 채무불이행과 사기죄의 경계, 그리고 공인중개사의 책임 — 경제사정이 나빠진 임대인과 선의의 중개사를 위한 법적 안내

전세사기 사건을 다루다 보면,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던 임대인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계약 당시에는 분명히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있었는데,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모든 것이 무너진 임대인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형사 피의자가 되어 수사를 받으면서 "나는 처음부터 속인 게 아닌데"라고 호소합니다. 반대로, 임대인의 허위 정보를 그대로 전달했다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공인중개사들도 있습니다. "임대인이 알려준 대로 썼을 뿐인데 왜 내가 책임을 지냐"는 항변은 법적으로 얼마나 통할까요? 1. 임대인 입장 —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Q. 계약할 때는 진짜 돌려줄 수 있었는데, 나중에 못 돌려주게 됐습니다. 이것도 사기죄인가요? 아닙니다. 법원은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계약 체결..

전세사기 피해자가 된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민사·형사·행정 절차를 동시에 움직이는 전략

"변호사님, 형사 고소를 먼저 해야 하나요, 민사 소송을 먼저 해야 하나요?" 전세사기 피해 상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정답은 "둘 다 동시에, 단 순서와 타이밍을 전략적으로 조율해야 한다"입니다. 그리고 그 전에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1.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 임대인 재산 묶기 Q. 소송에서 이겨도 돈을 못 받는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법원에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줘라"는 판결을 받아도, 그 사이 임대인이 재산을 모두 처분하거나 숨겨버리면 실제로 돈을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것이 실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비극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가압류(임대인의 재산을 미리 묶어두는 것)입니다. 임대인의 다른 부동산, 예금 계좌, 자동차 등에 가압류를 신..

공사비 기준 하나가 수억 원을 가른다 — 표준시장단가 확대 논란, 건설·부동산에 미치는 법적 영향

공사를 마치고 나서야 손해를 깨닫는 경우가 있습니다. 입찰할 때는 분명히 계산이 맞았는데, 막상 공사를 끝내고 정산해 보면 실제로 들어간 돈이 받은 돈보다 훨씬 많은 상황. 억울하지만 어디에 따져야 할지도 모르겠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부동산 관련 분쟁을 오랫동안 다뤄오면서, 이런 상황에 처한 건설업체 관계자들을 적지 않게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의 뿌리를 파고들면 상당수가 같은 곳에 닿아 있었습니다. 바로 예정가격(입찰의 기준이 되는 금액)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했느냐의 문제입니다. 2026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공공사 원가 산정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며 100억 원 미만 소규모 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건설업계가 ..

지방의원 관련 업체 수의계약, 법적으로 문제없다고요? — 부동산 등기부등본 한 장이 모든 것을 바꿉니다

들어가며 —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말이 가장 위험합니다 얼마 전 경향신문이 민선 8기 지방의원 전수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4년 임기 동안 91명의 지방의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업체들이 소속 지방자치단체와 맺은 수의계약(경쟁 입찰 없이 특정 업체와 바로 계약하는 방식) 규모가 무려 516억 원에 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을 여러 차례 다뤄온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의뢰인들이 처음 찾아올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지분을 다 정리했으니까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들었어요.""며느리 명의로 되어 있으니까 저랑 상관없는 거 아닌가요?""회사 부동산은 제 명의지만, 회사 운영은 제가 안 하는데요." 이 말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오늘 이 글에서 차근차근 설명해..

내 땅인데 들어갈 수가 없어요 — LH 공사 후 고립된 토지, 보상받을 수 있을까?

들어가며 — "내 땅인데 왜 내가 못 들어가나요?" 부동산 분쟁을 다루다 보면, 가끔 법률 교과서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유형의 억울한 사연을 접하게 됩니다. 최근 경기일보(2026. 6. 30.)가 보도한 시흥 거모지구 사건이 그런 경우입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신설 도로를 기존 지반보다 최대 2m 높게 만들었고, 그 결과 인근 토지주들은 자기 땅에 차로도, 걸어서도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수개월째 LH에 문의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협의 중"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토지주의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거창한 보상금이 아니라 기존처럼 내 땅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인데, 몇 달째 연락 한 통 없이 '협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LH의 태도에 분노하고..

관리비가 갑자기 올랐다면? 2026년 바뀐 법으로 임대인에게 내역 공개 요구하는 방법 [장재호 변호사]

들어가며 — "월세는 그대로인데 관리비가 두 배가 됐어요" 부동산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하소연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변호사님, 월세는 그대로인데 관리비가 갑자기 두 배로 올랐어요. 왜 올랐냐고 물어봤더니 임대인이 '그냥 올랐다'고만 하고 아무 설명도 안 해줘요. 이거 그냥 내야 하나요?" 약국을 운영하시는 분, 작은 카페를 하시는 분, 사무실을 임차해 쓰시는 분 — 업종은 달라도 이 억울함은 똑같습니다. 월세(차임)는 법으로 연 5% 이상 못 올리게 막혀 있는데, 임대인이 그 규제를 피하려고 관리비를 슬쩍 올려버리는 일이 현장에서 비일비재했거든요. 그런데 2026년 5월 12일부터 이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법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관리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개발 사업 승인, 막을 수 있을까? — 환경영향평가 부실과 행정소송의 실전 전략 (2편)

들어가며 — "절차는 다 밟았다는데, 왜 이렇게 찜찜하죠?" 1편에서는 애월포레스트 사건의 전체 구조와 주민·사업자 각각의 기본적인 법적 권리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2편에서는 실제 소송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질문들, 즉 "환경 조사가 짧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나요?", "농지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면 되는 건가요?", "특별법 특례를 쓴 게 왜 문제가 되나요?" 같은 현실적인 질문들에 답해 드리겠습니다. 부동산 관련 개발 분쟁을 오랫동안 다뤄오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의뢰인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순간은 "절차는 다 밟았다"는 말을 들을 때입니다. 서류는 제출됐고, 심의는 통과됐고, 공고도 났습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그 '느낌'을 법적 논거로 바꾸는 것이 바로 변호사의 역..

1조 7천억짜리 개발 사업, 내 땅 옆에 들어온다면? — 애월포레스트 사건으로 보는 개발 승인 분쟁의 모든 것

들어가며 — "내 동네에 갑자기 테마파크가 생긴다고요?" 어느 날 아침, 오랫동안 살아온 마을 인근에 대형 개발 사업 공고문이 붙습니다. 125만 제곱미터, 약 1조 7천억 원 규모의 숙박시설과 테마파크가 들어선다는 내용입니다. 주민설명회도 제대로 없었고, 환경 조사는 4개월 만에 끝났다는 소문이 돌고, 원래 개발이 안 되는 땅인데 특별법 조항을 활용해 우회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나는 그냥 주민인데, 이걸 막을 수 있나요?""사업자도 아니고 직접 당사자도 아닌데, 소송을 낼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부동산 관련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면서, 개발 사업 승인을 둘러싼 행정소송 사건을 여러 차례 다뤄왔습니다. 오늘은 현재 제주도에서 진행 중인 '애월포레스트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