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률 일반

전세사기 피해자가 된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민사·형사·행정 절차를 동시에 움직이는 전략

부만변 2026. 7. 16. 07:58

 

"변호사님, 형사 고소를 먼저 해야 하나요, 민사 소송을 먼저 해야 하나요?"

 

전세사기 피해 상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정답은 "둘 다 동시에, 단 순서와 타이밍을 전략적으로 조율해야 한다"입니다. 그리고 그 전에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1.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임대인 재산 묶기

 

Q. 소송에서 이겨도 돈을 못 받는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법원에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줘라"는 판결을 받아도, 그 사이 임대인이 재산을 모두 처분하거나 숨겨버리면 실제로 돈을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것이 실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비극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가압류(임대인의 재산을 미리 묶어두는 것)입니다. 임대인의 다른 부동산, 예금 계좌, 자동차 등에 가압류를 신청하면 임대인이 그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됩니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재산을 확보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압류 신청은 소송보다 훨씬 빠르게 처리됩니다. 법원에 신청서와 소명자료(임대차계약서, 등기부등본 등)를 제출하면 수일 내에 결정이 납니다. 보증금이 크다면 이 단계를 절대 건너뛰어서는 안 됩니다.

 

2. 전세사기피해자법상 피해자 결정 신청 놓치면 안 되는 혜택

 

Q. 전세사기피해자로 공식 인정받으면 어떤 혜택이 있나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로 결정되면 다음과 같은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매에서 내 집 되찾기 우선매수권

내가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피해자로 결정된 임차인은 경매에서 가장 높은 입찰가와 같은 금액으로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우선매수권)를 갖습니다.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을 써도 내가 그 가격에 먼저 살 수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
집을 경매에서 낙찰받지 못한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받아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습니다.

 

세금 문제 해결 국세·지방세 안분 징수
임대인이 세금을 많이 체납한 경우, 경매 배당에서 세금이 먼저 가져가 보증금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결정을 받으면 임대인의 세금을 여러 주택에 나누어 부과하도록 요청할 수 있어, 특정 주택에 세금이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등기 비용 면제
임차권등기명령(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 반환 권리를 유지하는 등기) 신청 비용이 면제됩니다.

 

Q. 형사 고소를 했는데 검사가 기소유예(혐의는 인정하지만 이번에는 봐준다는 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피해자 결정을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피해자법은 형사 유죄 판결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법에서 요구하는 것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입니다. 기소유예는 혐의 자체는 인정하되 소추를 유예하는 것이므로, 오히려 이 요건 충족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더 나아가, 형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피해자 결정이 취소되지 않습니다. 법원도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침해행위라도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5. 5. 21. 선고 202461940 판결).

 

3. 민사 소송과 형사 고소 어떤 순서로 해야 하나요?

 

Q. 형사 고소를 먼저 하면 민사에 도움이 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형사 고소를 서두르다가 불송치(경찰이 검사에게 넘기지 않는 것) 또는 불기소(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 결정이 나오면, 임대인 측이 이를 민사 법정에서 "수사기관도 기망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형사 사기죄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지만, 민사 손해배상은 "고도의 개연성"만 있으면 됩니다. 즉 민사가 훨씬 낮은 증명 기준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사 고소를 서두르는 것은 전략적으로 불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권장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즉시: 가압류 신청 + 전세사기피해자 결정 신청 +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초기: 민사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제기 (낮은 입증 기준 활용)

 

증거 확보 후: 민사 소송 과정에서 문서제출명령(법원이 임대인에게 계좌 내역 등 제출을 명령하는 것)을 활용해 증거 보강

 

증거 충분 시: 형사 고소 (확보된 증거로 불송치 위험 최소화)

 

Q. 형사 고소를 즉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나요?

 

있습니다. 임대인이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조직적 전세사기 사건이거나, 임대인의 소재가 불명확하거나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형사 고소를 통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압수수색, 계좌 추적 등)가 오히려 증거 확보에 결정적입니다. 이미 다른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즉시 합류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4. 공인중개사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중개사가 선순위 보증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중개사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이 자료 제공을 거부하더라도 건물 규모, 세대수, 인근 시세를 기반으로 선순위 보증금을 추정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자료 제공을 거부하여 실상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더라도,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수, 인근 유사 부동산의 임대차보증금 시세 등을 확인하여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4283668 판결).

 

손해배상액은 원칙적으로 임대차보증금 전액이지만, 임차인에게도 스스로 확인할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30~40% 정도 과실상계(피해자 책임 비율만큼 배상액을 줄이는 것)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며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다면 감정적으로 무너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적 절차는 시간이 생명입니다. 임대인이 재산을 처분하기 전에 가압류를 신청하고, 피해자 결정을 받아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확보하는 것이 실질적 피해 회복의 출발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억울하게 전세사기 혐의를 받는 임대인의 입장과, 공인중개사의 법적 책임 범위를 더 깊이 다루겠습니다.


장재호 변호사 | 부동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