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률 일반

전세사기, 당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7가지

부만변 2026. 7. 14. 09:21

 

어느 날 갑자기 집주인이 연락을 끊었습니다. 등기부를 다시 떼어보니 이미 경매가 시작되어 있었고, 내 보증금 3억 원은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밀려 한 푼도 돌아오지 않을 상황이었습니다. 그 의뢰인은 "계약할 때 공인중개사가 '문제없다'고 했고, 등기부에도 별다른 게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가구주택 특성상 등기부에는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이 전혀 표시되지 않았고, 그 합계가 건물 시세를 이미 넘어서 있었습니다.

 

전세사기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재난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계약 전부터 징후가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동산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면서 유사한 사건들을 접해온 경험에서 말씀드리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 순간은 언제나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이었습니다.

 

1. 전세사기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Q. 전세사기와 그냥 '돈을 못 돌려받는 것'은 다른가요?

 

, 법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단순히 임대인의 경제사정이 나빠져서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것은 민사상 채무불이행(계약을 어긴 것)에 해당합니다. 반면 전세사기는 임대인이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 즉 처음부터 속인 것입니다. 법원은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이후 경제사정의 변화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된 것만으로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6. 1. 22. 선고 20155520 판결).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전세사기로 인정되면 형사 처벌과 함께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피해자법')에 따른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전세사기의 대표적인 유형 내 상황은 어디에 해당하나요?

 

전세사기는 수법이 다양합니다. 크게 일곱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유형 1. 선순위 보증금 허위 고지형
"다른 세입자 보증금은 얼마 없어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수억 원의 선순위 보증금이 있는 경우입니다. 다가구주택(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사는 집)은 등기부에 다른 세입자 보증금이 표시되지 않아 이 수법에 특히 취약합니다. 법원은 임대인이 고지한 선순위 보증금이 모두 실제보다 적었다는 점 자체를 고의적 축소 고지의 증거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4. 1. 10. 선고 2023고단928 판결).

 

유형 2. 무자본 갭투자·깡통전세형
임대인이 자기 돈은 한 푼도 없이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집을 사는 방식입니다. 매매대금과 전세보증금이 같거나 비슷하면 이 유형을 의심해야 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런 방식으로 37채에 걸쳐 80억 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14. 선고 2023고단512 판결).

 

유형 3. 임대인 지위 양도형 보증금 반환 책임 떠넘기기
임대인이 보증금을 받은 뒤, 재산이 없는 사람(무자력자)에게 집을 팔아 보증금 반환 의무를 넘겨버리는 수법입니다. 새 집주인은 돈이 없으니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고, 원래 집주인은 이미 집을 팔았으니 책임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법원은 이 경우에도 원래 임대인의 기망행위(속임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43192 판결).

 

유형 4. 신탁부동산 임대차 사기형
집이 신탁회사(부동산 관리를 맡은 금융기관) 명의로 되어 있는데, 원래 소유자(위탁자)가 신탁회사 허락 없이 전세계약을 맺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세입자는 신탁회사에 대항할 수 없어 보증금을 돌려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신탁 이후 위탁자로부터 임차한 임차인은 임대인인 위탁자를 상대로만 보증금 반환을 구할 수 있고, 수탁자(신탁회사)에게는 청구할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300095 판결).

 

유형 5. 허위 임대차계약 대출 편취형
실제로 살지도 않으면서 전세계약서를 꾸며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나눠 갖는 방식입니다. 임대인이 대출 브로커와 짜고 허위 계약서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11. 8. 선고 2023고단3456 판결).

 

유형 6. 불법 용도변경 미고지형
원래 주거용이 아닌 건물을 불법으로 주거용으로 개조한 뒤 전세를 놓는 경우입니다. 이런 건물은 경매에서 가치가 크게 떨어져 보증금 회수가 어렵습니다.

 

유형 7. 임차권 무단양도형
세입자가 집주인 허락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세권을 팔면서 "집주인 허락 받았다"고 속이는 경우입니다(대법원 1984. 1. 17. 선고 832932 판결).

 

3. 계약 전, 이것만은 반드시 확인하세요

 

Q. 등기부등본만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등기부등본은 필수이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등기부만으로는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 현황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다음 일곱 가지를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선순위 보증금 현황 직접 확인
임대인에게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 계약서 사본을 요구하십시오. 거부한다면 공인중개사에게 인근 유사 주택의 시세를 기준으로 추정 금액을 서면으로 받아두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자료 제공을 거부하더라도 공인중개사가 건물 규모와 세대수, 인근 시세를 기반으로 추정 금액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4283668 판결).

 

신탁등기 여부 확인
등기부에 '신탁'이라는 글자가 있다면 반드시 신탁원부(신탁 계약의 세부 내용이 담긴 문서)를 열람하십시오. 신탁회사의 허락 없이 체결된 전세계약은 신탁회사에 대항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확인
보증금이 1,000만 원을 초과하면 임대인 동의 없이도 세무서에서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세금 체납이 많은 임대인은 경매 시 세금이 먼저 가져가므로 보증금 회수가 어렵습니다.

 

매매대금과 보증금 비교
매매대금이 전세보증금과 같거나 낮다면 무자본 갭투자를 강하게 의심해야 합니다. 법원도 "매매대금이 임대차보증금보다 낮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5. 9. 9. 선고 2024고단6298 판결).

 

임대인의 주택 보유 수 확인
임대인이 수십 채를 보유하고 모두 전세로 운영한다면 '돌려막기' 구조일 수 있습니다. 임대업 외 별도 수입이 없는 임대인이 다수 주택을 전세로 운영하는 경우,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연쇄 붕괴로 이어집니다.

 

임대차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여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또는 SGI서울보증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합니다. 임대인이 이 가입을 강하게 거부한다면 그 자체가 경고 신호입니다.

 

동시진행 거래 여부 확인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이 같은 날 동시에 진행된다면, 임대인이 내 보증금으로 집을 사는 무자본 갭투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사실은 임차인에게 반드시 고지되어야 할 중요 정보입니다.

 

4. 계약 후에도 이상 징후를 놓치지 마세요

 

계약을 마쳤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다음 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전문가와 상담하십시오.

 

임대인과 연락이 갑자기 되지 않거나, 등기부에 경매개시결정이나 압류 표시가 새로 생겼거나, 임대인이 집을 제3자에게 팔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지체 없이 행동해야 합니다. 특히 임대차 기간 중 집이 팔린 경우, 새 집주인이 재산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는 전세사기피해자법상 피해자 결정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세사기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나 계약 전 몇 가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계약을 마쳤고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면, 다음 편에서 피해자가 된 후 취해야 할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장재호 변호사 | 부동산 전문
전세사기, 임대차 분쟁, 부동산 경매·명도 등 부동산 관련 법률 문제만을 전문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