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말이 가장 위험합니다
얼마 전 경향신문이 민선 8기 지방의원 전수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4년 임기 동안 91명의 지방의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업체들이 소속 지방자치단체와 맺은 수의계약(경쟁 입찰 없이 특정 업체와 바로 계약하는 방식) 규모가 무려 516억 원에 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을 여러 차례 다뤄온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의뢰인들이 처음 찾아올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지분을 다 정리했으니까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들었어요."
"며느리 명의로 되어 있으니까 저랑 상관없는 거 아닌가요?"
"회사 부동산은 제 명의지만, 회사 운영은 제가 안 하는데요."
이 말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오늘 이 글에서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왜 부동산 등기부등본 한 장과 직결되는지도요.
1. 수의계약이 뭔가요? — "경쟁 없이 바로 계약하는 것"
수의계약,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사나 물품을 구매할 때는 여러 업체가 경쟁 입찰에 참여해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과 계약합니다. 그런데 금액이 작거나 특수한 사정이 있을 때는 이 경쟁 과정을 생략하고 특정 업체와 바로 계약할 수 있는데, 이것이 수의계약입니다.
문제는 이 수의계약이 "누구와 계약할지를 사실상 담당자가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지방의원은 예산을 편성하고 심의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원이 "이 사업에 예산을 넣겠다"고 결정하면, 그 사업의 수의계약 상대방 선정에도 사실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재량사업비 — 의원의 "쌈짓돈"이라 불리는 이유
지방의원에게는 지역구에 소규모 사업을 편성할 수 있는 예산이 있습니다. 공식 예산서에 항목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의회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지만, 통상 의원 한 명에게 매년 5억 원 안팎의 예산이 할당된다고 합니다. 이 예산으로 농로포장, 마을안길 정비, 배수로 공사 같은 소규모 공사를 만들어 수의계약으로 발주할 수 있습니다.
이 예산이 "쌈짓돈"이라 불리는 이유는 꼬리표가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원이 자신의 재량사업비로 만든 공사를 자신과 관련된 업체에 맡겼다는 사실을 외부에서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2. 세 가지 유형 — 어떤 방식으로 법망을 피하나요?
유형 1: 겸업 — "저는 그냥 직원이에요"
당선 후에도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계속 일하거나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입니다. 충남 공주시의원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동생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며 보수를 받으면서, 그 회사가 공주시로부터 4년간 56건, 15억 2,000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수주했습니다. 심지어 의원 본인이 자신의 재량사업비로 만든 공사를 그 회사에 맡겼다고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유형 2: 파킹 — "명의만 바꿨을 뿐이에요"
당선 후 회사 대표 명의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넘기는 방식입니다. 충북 영동군의원 사례에서는 당선 전 부부가 각각 대표였던 두 건설회사의 대표를 며느리 2명으로 교체했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상 며느리는 가족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며느리가 대표가 되면 여성기업으로 인정되어 수의 1인 견적(경쟁 없이 한 업체에만 견적을 받는 방식) 한도가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법의 허점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법의 혜택까지 누린 셈입니다.
경기 가평군의원 사례는 더 노골적입니다. 당선 후 소독·방역·청소 업체 대표직을 내려놓고 제3자가 대표가 되었는데, 그 업체의 주소지가 의원의 자택이었습니다. 4년간 13건, 1억 3,000만 원의 수의계약을 수주한 이 업체는 사실상 유령업체에 가까웠습니다.
유형 3: 가족회사 — "원래 가족이 운영하던 회사예요"
당선 전부터 가족이 운영하던 회사가 수의계약을 수주하는 경우입니다. 충북 옥천군의원 사례에서는 배우자가 운영하던 건설사의 대표가 당선 후 제3자로 바뀌었지만, 의원의 딸이 등기이사로 남았습니다. 딸을 등기이사로 둔 이유를 묻자 "등기이사가 아니면 입찰 현황을 볼 수 없어서"라고 답했습니다. 사실상 회사 일에 관여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3. 핵심 Q&A —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
Q1. "지분을 30% 미만으로 낮췄으면 법적으로 문제없는 거 아닌가요?"
A. 형사처벌은 가능합니다. 지분율이 아니라 '실질'이 기준입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방의원과 그 배우자·자녀·부모가 합산하여 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면 관련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을 금지합니다. 그래서 많은 의원들이 지분을 29%대로 낮추거나 제3자에게 넘기는 방식을 씁니다.
그런데 법원은 다르게 봅니다. 경북 의성군의원 사건에서 2심 법원은 "회사 소유명의와 관계없이 사실상 소유하고 지배하는 회사에 해당한다"며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023년 유죄가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표면적으로 H사에는 지분이 전혀 없었고, I사에는 5% 미만의 지분만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법원이 본 것은 지분율이 아니라 누가 실제로 회사를 운영하고 수익을 가져가는가였습니다.
Q2. "그럼 어떤 증거로 '사실상 소유'를 입증하나요?"
A. 부동산 등기부등본이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이 사건이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경향신문 취재팀이 500건에 가까운 법인·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어 의원과 회사의 연관관계를 확인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법원이 '사실상 소유·지배'를 판단할 때 핵심적으로 보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회사 사업장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가(등기부등본으로 확인)
- 자본금을 실제로 누가 출연했는가
- 회사 운영 자금을 누가 조달하고 관리하는가
- 영업 이익이 실제로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 명의상 대표이사가 실제로 경영 능력이 있는가
가평군의원 사건에서 업체 주소지가 의원의 자택이었다는 사실, 옥천군의원 사건에서 두 업체가 입주한 건물이 의원 소유였다는 사실 — 이 모든 것이 부동산 등기부등본으로 드러났습니다.
Q3. "며느리나 형제자매 명의로 하면 법적으로 완전히 안전한가요?"
A. 민사·행정적으로는 현재 허점이 있지만, 형사적으로는 여전히 위험합니다.
이해충돌방지법상 가족 범위는 민법 제779조의 가족(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등)을 기준으로 합니다. 며느리는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한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형사적으로는 다릅니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방의원이 처·처남 명의로 지분을 분산하고 타인을 대표이사로 등재했음에도, 실질적 지배 관계를 인정하여 위계공무집행방해죄(공무원을 속여서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죄)를 인정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2. 12. 9. 선고 2021노4780 판결). 피고인 스스로 "지방의원 신분으로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처, 처남 명의로 지분을 분배해 놓았으나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100% 지분"이라고 진술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Q4. "재량사업비로 관련 업체에 공사를 준 것이 뇌물죄가 되나요?"
A. 금품 수수가 없으면 뇌물죄는 어렵지만, 다른 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뇌물죄(형법 제129조)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받는 것을 처벌합니다. 대법원은 "뇌물죄에서 말하는 직무에는 법령에 정하여진 직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 있는 직무,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도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대법원 1984. 9. 25. 선고 84도1568 판결).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은 군의회 의장이 의원재량사업 관련 관급공사의 수의계약 체결에 관한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한 사안에서, "소규모 관급공사를 대상으로 수의계약으로 체결되는 계약의 특성상 각 의원들이 대상사업과 공사업체 선정 등의 모든 과정을 사실상 결정한다"고 판시하며 뇌물수수죄를 인정했습니다(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7. 2. 28. 선고 2016고단525 판결).
단순히 자신의 재량사업비를 관련 업체에 배정한 것만으로는 뇌물죄 성립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위계공무집행방해죄(공무원을 속여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죄)는 별개입니다. 사실상 자신이 소유·지배하는 회사임을 숨기고 계약담당 공무원을 속여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면, 금품 수수 없이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Q5. "지역 주민이나 경쟁 업체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요?"
A. 정보공개 청구와 감사원 감사 청구가 현실적인 첫 걸음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의계약 정보는 각 지자체 계약정보 공개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이 243개 지자체의 535만여 건 계약정보를 AI로 추출하여 분석한 것처럼,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상당한 추적이 가능합니다.
경쟁 업체 입장에서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신청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은 지방의원의 배우자가 발행주식의 49%를 소유한 회사가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한 것처럼 허위의 확인서를 제출한 사안에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24. 11. 21. 선고 2024구합10650 판결).
4. 관련 판례 5선 —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
판례 ① 사실상 소유·지배 인정 (대구지방법원 2021노4780)
지방의원이 처·처남 명의로 지분을 분산하고 타인을 대표이사로 등재했음에도, 법원은 "소유명의와 관계없이 피고인이 사실상 소유하고 지배하는 회사"라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 스스로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100% 지분"이라고 진술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 판결은 지분율이나 명의가 아니라 실질적 지배 관계가 기준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판례 ② 허위 각서 제출과 위계공무집행방해 (광주지방법원 2021고단5074)
구의원이 차명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의계약 배제 사유를 숨기고 거짓 각서를 제출하게 한 사안에서, 법원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했습니다. 매년 지자체로부터 입찰 및 계약체결 제한 대상자 여부 확인을 요구받았음에도 실질적 지배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위계의 핵심이었습니다.
판례 ③ 재량사업비와 뇌물수수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6고단525)
군의회 의장이 의원재량사업 관련 관급공사의 수의계약 체결에 관한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한 사안에서 뇌물수수죄가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소규모 관급공사 수의계약에서 의원들이 업체 선정 과정을 사실상 결정한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판례 ④ 뇌물죄의 직무 범위 (대법원 97도2609)
대법원은 "뇌물죄에서 말하는 직무에는 법령에 정하여진 직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 있는 직무,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도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지방의원의 예산 편성·심의 권한이 수의계약 업체 선정에 사실상 영향을 미친다면, 이 범위 안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판례 ⑤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창원지방법원 2024구합10650)
지방의원의 배우자가 49%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한 것처럼 허위 확인서를 제출한 사안에서, 법원은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허위 서류 제출만으로도 행정적 제재가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5.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이 사건에서 주목하는 것
이 사건들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의 역할입니다.
경향신문 취재팀이 500건에 가까운 법인·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어 분석했다는 사실, 가평군의원 사건에서 업체 주소지가 의원 자택이었다는 사실, 옥천군의원 사건에서 두 업체가 입주한 건물이 의원 소유였다는 사실 — 이 모든 것이 등기부등본으로 드러났습니다.
부동산 관련 사건을 오랫동안 다뤄온 경험에서 보면, 사람들은 회사 명의나 지분율은 바꿀 수 있어도 부동산 명의는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취득세, 양도세, 증여세 등 세금 문제가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사 대표는 바뀌어도 회사 사업장 건물은 여전히 의원 명의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동산 등기부등본 한 장이 모든 것을 바꾼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6. 현행법의 한계와 앞으로의 방향
현행 이해충돌방지법과 지방계약법의 핵심 문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방계약법 제33조는 지방의원이 소속 지자체와 영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며느리·형제자매 등 직계존비속 이외의 친족이나 지인이 대표인 경우는 규율하지 않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배우자·자녀·부모 합산 30% 이상 지분 보유 시 수의계약을 금지하지만, 비상장 소규모 회사는 지분 공개 의무가 없어 실제 이전 여부를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족 합산 지분율이 29%면 이해충돌이 안 되고, 30%가 되면 이해충돌이 되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예산심의권과 조례발의권이 있는 의원들은 거액의 공적 재원의 용처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본인과 관련된 회사가 있을 경우 이해충돌의 여지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마치며 — "몰랐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
이 사건들에서 많은 의원들이 "몰랐다", "지분을 다 정리했다", "특혜를 준 적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달리 판단했습니다.
법은 명의가 아니라 실질을 봅니다. 회사 사업장 건물이 누구 명의인지, 자본금을 누가 댔는지, 수익이 실제로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 이 모든 것이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금융 거래 내역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거나, 이런 구조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경쟁 업체라면, 섣불리 판단하기 전에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법적 실질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언론 보도와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작성된 법률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조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장재호 변호사 | 부동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