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내 땅인데 왜 내가 못 들어가나요?"
부동산 분쟁을 다루다 보면, 가끔 법률 교과서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유형의 억울한 사연을 접하게 됩니다.
최근 경기일보(2026. 6. 30.)가 보도한 시흥 거모지구 사건이 그런 경우입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신설 도로를 기존 지반보다 최대 2m 높게 만들었고, 그 결과 인근 토지주들은 자기 땅에 차로도, 걸어서도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수개월째 LH에 문의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협의 중"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토지주의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거창한 보상금이 아니라 기존처럼 내 땅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인데, 몇 달째 연락 한 통 없이 '협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LH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 한 마디가 이 사건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공익사업(국가나 공공기관이 도로·주택 등을 짓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 과정에서 내 땅이 고립되거나 침범당했을 때 어떤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이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사건의 배경
LH가 시흥 거모지구에 공공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신설 도로가 인근 토지(거모동 1062-1 외 2필지 인근)보다 1.5~2m 높게 만들어졌습니다. 공사 전까지 토지주들은 기존 도로를 통해 자기 땅을 자유롭게 이용해 왔는데, 공사 후에는 차량은 물론 사람이 걸어서 들어가기도 어려운 상태가 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내 집 앞 골목이 갑자기 2층 높이로 솟아올라 현관문을 열어도 나갈 수 없게 된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LH와 시공사 남광토건이 우수관(빗물을 흘려보내는 관)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토지주들의 땅 경계를 침범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측량이 맞다"고 버티다가, 토지주들이 직접 측량한 자료를 내밀자 사실상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두 달 넘게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각 당사자의 입장 요약
| 당사자 | 입장 |
| 토지주들 | "진입로를 확보해 달라. 배수 대책도 세워 달라. 제대로 된 협의를 하자." |
| LH | "원래 이 땅은 도로와 붙어 있던 땅이 아니었다. 진입로를 새로 내주기는 어렵다." |
| 남광토건(시공사) | "설계 잘못으로 우수관 공사에 문제가 있었다. 설계 변경 후 원상복구할 계획이다." |
| 시흥시 | "LH와 함께 민원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
2.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 핵심 쟁점 Q&A
Q1. "협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LH, 법적으로 문제없나요?
A. 있습니다. 그리고 토지주들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제30조는, 사업시행자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토지소유자가 서면으로 "재결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재결신청 청구권)를 보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협의가 안 됐다'는 의미의 범위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매우 넓게 해석합니다.
"토지소유자가 보상을 요구하는데도 사업시행자가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협의 자체를 거부하여 결국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협의 불성립'에 포함된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두2309 판결)
이 판결의 의미는 간단합니다. LH가 "우리는 보상해 줄 의무가 없다"며 협의 테이블에 앉지 않는 것 자체가 이미 '협의 불성립'이라는 것입니다. 청주지방법원도 최근 같은 취지로 "손실보상 대상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다는 것 자체가 협의 불성립 요건을 충족시키는 사실관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25. 11. 20. 선고 2025구합50249 판결).
실무적으로 중요한 포인트: 재결신청 청구를 서면으로 하면, LH는 그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해야 합니다. 만약 60일을 넘기면 그 지연 기간에 대해 법정이율에 따른 지연가산금(일종의 지연 이자)이 붙습니다.
Q2. 도로가 높아져서 내 땅에 못 들어가게 됐는데,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첫 번째 경로 — 잔여지 가치 하락 보상 (토지보상법 제73조)
공익사업으로 인해 내 땅의 일부가 수용되고, 남은 땅(잔여지)의 가치가 떨어진 경우 그 차액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원 조성 공사로 인해 인근 토지와의 높이 차이가 3~4m 발생하여 단절된 사안에서 이를 잔여지 손실보상 대상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7. 5. 12. 선고 2016누57740 판결).
두 번째 경로 — 잔여지 매수 청구 (토지보상법 제74조)
남은 땅을 원래 목적대로 쓰는 것이 '현저히 곤란'해진 경우, 사업시행자에게 "그 땅을 사 가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현저히 곤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물리적으로 사용하기 곤란한 경우는 물론, 사회적·경제적으로 사용하기 곤란한 경우, 즉 이용은 가능하나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두4679 판결 취지, 수원지방법원 2024. 10. 2. 선고 2023구합63193 판결 등 다수 인용)
이 사건처럼 차량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진 경우는 '교통이 두절되어 사용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은 공익사업으로 인해 진출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축사 운영이 어려워진 사안에서 잔여지 매수청구를 인용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18. 2. 8. 선고 2017구합20899 판결).
손해액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공사 전 내 땅의 감정평가액에서 공사 후 감정평가액을 뺀 금액이 기본입니다. 진입로가 막혀 사실상 맹지(도로에 접하지 않아 독립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땅)가 된 경우, 토지 가치는 통상 30~50%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감정평가는 반드시 공인된 감정평가사를 통해 진행해야 하며, 법원 감정과 재결 감정이 다를 경우 법원 감정 결과가 우선 적용됩니다(서울고등법원 2018. 11. 15. 선고 2018누39418 판결).
Q3. 내 땅을 무단으로 침범해서 공사를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원상복구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남광토건이 우수관 공사 과정에서 토지 경계를 침범한 것은 민법상 불법행위(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남광토건 관계자가 직접 "설계상 문제로 우수관로 공사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 발언은 재판에서 과실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원상복구 청구: 민법 제214조에 따라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 침범된 부분을 원래대로 되돌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침범 기간 동안 토지를 사용하지 못한 손해, 토지 가치 하락분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LH도 함께 책임을 질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LH가 남광토건의 공사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했다면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LH와 남광토건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공동불법행위(민법 제760조)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Q4. 도로가 높아지면서 내 땅에 빗물이 고이게 됐는데, 이것도 문제가 되나요?
A. 됩니다. '승수의무 위반'이라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민법 제221조 제1항은 낮은 땅의 소유자가 높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흘러오는 빗물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이를 '승수의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공사로 인해 도로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인근 토지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빗물이 고이게 된 경우, 공사 시행자가 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낮은 곳의 토지 소유자가 성토하여 지반고를 높이거나 제방을 쌓아 종전에 높은 곳으로부터 자연히 흘러오는 빗물의 흐름을 막게 되었다면 승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31488 판결).
Q5. 시흥시도 책임이 있나요?
A. 상황에 따라 가능합니다.
시흥시 관계자는 "LH와 함께 민원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시흥시가 이 사업의 공동 시행자이거나 인허가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시흥시의 구체적인 법적 지위와 역할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지므로, 이 부분은 개별 사안에 따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3. 토지주라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
유사한 상황에 처한 토지주라면 다음 순서로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첫째, 증거를 확보하세요.
현장 사진과 영상을 날짜와 함께 기록하고, LH나 시공사와 나눈 모든 대화(문자, 이메일, 통화 녹음)를 보관하세요. "협의 중"이라는 답변도 증거가 됩니다.
둘째, 직접 측량을 의뢰하세요.
이 사건에서 토지주들이 직접 측량 자료를 제시하자 LH가 사실상 경계 침범을 인정했습니다. 공인된 측량사를 통한 경계 측량은 분쟁 해결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셋째, 서면으로 요구하세요.
구두 요청은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① 진입로 확보, ② 배수 대책 수립, ③ 경계 침범 원상복구, ④ 정식 협의 절차 진행을 서면으로 요구하세요.
넷째, 재결신청 청구를 검토하세요.
서면 요구 후에도 LH가 실질적 협의를 거부한다면, 토지보상법 제30조에 따라 서면으로 재결신청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LH가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지 않으면 지연가산금이 발생합니다(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다31175 판결).
4. LH·사업시행자 측이라면 알아야 할 것들
공익사업을 시행하는 입장에서도 이 사건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협의 통지 의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업시행자가 토지소유자에게 협의나 통지를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며, 이로 인해 토지소유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박탈당한 경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35842 판결).
또한 협의 절차 위반이 수용재결 자체를 취소시키는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2. 10. 21. 선고 2021구합63150 판결). 사전 협의 없이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결국 더 큰 법적 리스크와 비용을 초래합니다.
마치며 — 부동산 분쟁, 혼자 감당하지 마세요
이 사건은 단순한 민원이 아닙니다. 토지보상법, 민법, 국가배상법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법률 분쟁입니다. 공익사업 과정에서 내 땅이 고립되거나 침범당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 침해입니다.
부동산 분쟁은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증거 확보, 서면 요구, 재결신청 청구의 타이밍을 놓치면 권리 행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계신다면, 부동산 전문 변호사와 먼저 상담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본 게시글은 공개된 언론 보도와 관련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된 법률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조언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