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저 동만 없으면 우리 다 같이 새 아파트 갈 수 있는데"
재건축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수십 년 된 낡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느리고 벽에는 균열이 생겼습니다. 주민 대부분이 재건축에 찬성하는데, 딱 한 동(棟)만 끝까지 반대합니다. 이유는 대개 비슷합니다. "우리 동은 대형 평수라 분담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2026년 7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맨숀(삼익가든 아파트)에서 이 상황이 현실이 됐습니다. 1984년 준공된 10개동 단지에서, 가장 큰 평수(전용 146㎡)로 이루어진 5동(60가구)이 재건축에 반대하자, 나머지 9개동 소유주들은 결국 5동을 빼고 재건축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법원의 토지분할 판결이 확정되고, 서울시 통합 심의까지 통과했습니다. 주거동(사람이 사는 아파트 동)을 존치(그대로 남겨두는 것)한 채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은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 재건축 관련 분쟁을 다수 다뤄온 입장에서, 이 사건은 단순한 뉴스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조합과 소유주들이 전국 곳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사건의 법적 구조를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드리고, 조합 측과 반대 동 소유주 측 각각의 입장에서 실무적으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이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사건의 배경
삼익맨숀은 전용 57㎡(24평)부터 전용 146㎡(53평)까지 다양한 평형이 섞인 단지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재건축을 할 때 '종전 자산 평가'(재건축 전 내 집이 얼마짜리인지 평가하는 것)를 거래 사례 기준으로 하다 보니, 대지지분(내 집에 딸린 땅의 면적)이 크더라도 시세가 비례해서 높지 않은 대형 평수 소유주들은 "땅은 많이 내놓는데 받는 건 적다"는 박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5동 소유주들이 재건축에 반대하자, 나머지 9개동 소유주들은 2021년 5동을 제외하고 조합설립인가(재건축 조합을 공식적으로 만드는 행정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법원에 토지분할 소송(단지 전체가 하나의 땅으로 묶여 있는 것을 5동 부지와 나머지 부지로 나눠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 판결 후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그 결과 5동 부지에 별도 지번(주소)이 부여됐고, 2026년 7월 2일 서울시 통합 심의에서 5동은 '존치구역'(재건축 없이 그대로 남겨두는 구역)으로 공식 지정됐습니다.
재건축 후 단지 모양은 5동이 빠진 'C자' 형태가 됩니다. 조합은 인근 삼익파크 아파트와 함께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적용한 대단지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2. 핵심 질문 Q&A — 법률 문외한도 이해할 수 있게
Q1. "반대하는 동만 빼고 재건축"이 법적으로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단,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 바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67조입니다. 쉽게 말하면, "재건축에 반대하는 일부 토지를 단지에서 잘라내어 따로 분리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단, 다음 두 가지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분리되는 토지·건축물의 소유자 수가 전체의 10분의 1 이하여야 합니다. 삼익맨숀 5동은 60가구로, 전체 소유자 수의 10분의 1 이하에 해당했기 때문에 제척이 가능했습니다. 반면 여의도 삼부아파트의 경우, 반대 동의 소유자 수가 10분의 1을 넘어 제척이 불가능해 창립총회가 무산된 사례도 있습니다.
둘째, 분리되는 토지 위의 건물이 분할선(경계선) 위에 걸쳐 있지 않아야 합니다. 삼익맨숀처럼 각 동이 물리적으로 독립된 건물인 경우에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쉽습니다.
이 두 요건이 충족되면, 토지분할이 완전히 끝나기 전이라도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먼저 받을 수 있습니다(도시정비법 제67조 제4항).
Q2. 토지분할 소송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나요?
A. 단지 전체가 하나의 땅으로 묶여 있을 때, 법원에 "이 부분을 따로 떼어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입니다.
아파트 단지는 보통 여러 동이 하나의 대지(땅)를 공유합니다. 이 땅을 나누려면 원칙적으로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데, 수백 명이 넘는 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도시정비법은 조합(또는 추진위원회)이 소유자들을 대신해서 법원에 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법원은 현물분할(땅을 실제로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나눈 후 각자가 받는 땅의 경제적 가치가 원래 지분 비율과 다를 경우 그 차액을 돈으로 정산하도록 명합니다. 이때 감정평가(전문 기관이 땅값을 평가하는 것)가 핵심이 됩니다.
대법원은 "지분비율이란 원칙적으로 지분에 따른 가액(교환가치)의 비율을 말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분할대상 목적물의 형상이나 위치, 이용상황이나 경제적 가치가 균등하지 아니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지분비율에 상응하도록 조정하여 분할을 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6746 판결).
Q3. 5동 소유주들은 이제 어떻게 되나요? 재건축 혜택을 전혀 못 받나요?
A. 지금 당장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재통합'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5동은 존치구역으로 확정됐습니다. 즉, 9개동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동안 5동은 1984년에 지어진 낡은 건물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재건축 후 새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 주차장, 조경 등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주가 시작되기 전, 즉 관리처분계획 인가(재건축 후 각자 어떤 집을 받을지 확정하는 행정 허가) 전까지는 5동 소유주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재통합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주가 시작되면 조합원들에게 이주비 대출이 실행되고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에, 사실상 그 전이 마지노선입니다.
대법원은 "재건축조합의 사업지구 내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자는 주택건설사업계획에 대한 승인이 있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재건축결의에 동의함으로써 조합원의 지위를 취득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2. 3. 11. 선고 2002그12 결정). 즉, 법적으로 재통합의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습니다.
Q4. 재건축 결의를 변경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
A. 조합원 5분의 4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재건축 결의의 내용을 변경할 때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제47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조합원 5분의 4 이상의 결의가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재건축결의의 내용을 변경함에 있어서는 그것이 구성원인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비추어 조합원 5분의 4 이상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5. 4. 21. 선고 2003다496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3864 판결).
5분의 4라는 숫자가 왜 중요하냐면, 이것이 재통합 협상에서 조합 측의 협상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5동 소유주들이 재통합을 원한다면, 조합 총회에서 이 정족수를 충족해야 합니다.
Q5. 한 동이 재건축에 반대하면, 그 동의 소유주들에게 "집을 팔라"고 강제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이것을 '매도청구권'이라고 합니다.
집합건물법 제48조에 따라, 재건축결의에 찬성한 구분소유자들은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은 소유주에게 시가(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로 집을 팔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시가에는 재건축 개발이익이 포함됩니다.
대법원은 "하나의 단지 내에 있는 여러 동의 집합건물을 재건축하는 경우에 일부 동에 재건축결의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지만 나머지 동에 재건축결의의 요건을 갖춘 경우, 그 나머지 동에 대하여는 적법한 재건축결의가 있었으므로 그 나머지 동의 구분소유자 중 재건축결의에 동의하지 아니한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68769,68776 판결;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다22812 판결).
이 사건에서 조합이 매도청구권 대신 토지분할 소송을 선택한 것은, 5동 소유주들이 매도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Q6. 5동 소유주들은 공용 시설(주차장, 도로 등)을 계속 쓸 수 있나요?
A. 현재는 가능하지만, 재건축 완료 후에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현재 5동 소유주들은 단지 내 공용 시설에 대한 공유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용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9개동 재건축이 완료되어 이전고시(재건축 후 새 집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정 절차)가 이루어지면, 새로 조성된 공용 시설에 대해 5동 소유주들은 원칙적으로 이용 권한이 없게 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재건축 후 단지 모양이 'C자'가 되면서 5동 부지가 새 단지에 둘러싸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5동 소유주들은 민법 제219조에 따른 주위토지통행권(내 땅이 다른 사람 땅에 둘러싸여 있을 때 통행할 수 있는 권리)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권리는 통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며, 통행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Q7. 5동 소유주들이 독자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나요?
A.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60가구 규모의 소규모 단지에서 독자 재건축을 하려면 집합건물법 제47조 제2항에 따라 구분소유자의 5분의 4 이상 및 의결권의 5분의 4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60가구 중 48가구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안으로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른 소규모재건축사업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 4분의 3 이상의 동의로 추진할 수 있어 요건이 다소 완화됩니다. 또는 리모델링(기존 건물 구조를 유지하면서 증축·개축하는 것)을 추진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경우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가능합니다.
3. 조합 측과 5동 소유주 측, 각각 무엇을 해야 하나
조합(9개동) 측이 알아야 할 것
일몰제 시한을 놓치지 마세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연장 시 5년) 안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정비구역이 해제됩니다. 삼익맨숀 조합은 2021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므로 시한이 임박해 있습니다. 이것이 조합이 5동과의 협상보다 사업 속도를 택한 이유입니다.
재건축 결의 내용 변경 시 5분의 4 동의를 확보하세요. 5동 재통합이나 사업 내용 변경 시 조합원 5분의 4 이상의 결의가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재건축조합의 정관 규정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당초의 재건축결의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의 의결정족수에 못 미치는 동의로도 가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다31884 판결).
공사 중 5동 소유주들의 통행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공사 기간 중 5동 소유주들의 기본적 이용권을 완전히 차단하면 민법상 공유물 사용·수익권 침해로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
5동 소유주 측이 알아야 할 것
지금이 협상의 골든타임입니다. 이주가 시작되기 전, 관리처분계획 인가 전까지가 재통합의 현실적 마지노선입니다. 이주가 시작되면 조합의 금융비용이 급증하여 협상 여지가 사실상 사라집니다. 지금 당장 법률 전문가와 함께 협상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평가 결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세요. 토지분할 소송에서 5동 부지의 가치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재건축 개발이익이 적절히 반영됐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가격배상의 기준이 되는 지분가격이란 공유물분할 시점의 객관적인 교환가치에 해당하는 시장가격을 의미하며, 객관적 시장가격에 해당하는 시가의 변동이라는 사정을 일절 고려하지 않은 채 감정평가액에만 의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3다217916 판결).
주위토지통행권을 미리 확보하세요. 재건축 완료 후 5동 부지가 새 단지에 둘러싸이는 상황에 대비해, 통행권 확보를 위한 법적 조치를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독자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가능성을 검토하세요. 재통합이 어렵다면,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른 소규모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자산 가치를 지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4.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아파트 단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국 수백 개의 재건축 단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비슷한 갈등이 진행 중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재건축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상입니다. 법은 최후의 수단이고, 법적 절차를 밟는 순간 시간과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토지분할 소송은 수년이 걸리고, 그 사이 사업성은 떨어집니다. 정비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모두 손해를 보는 치킨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됐을 때, 법이 어떤 선택지를 제공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협상 테이블에서의 진짜 힘이 됩니다.
재건축 관련 분쟁은 부동산 법률의 여러 영역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도시정비법, 집합건물법, 민법상 공유물 분할, 감정평가, 행정소송까지 — 한 사건 안에 이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해 계신다면,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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