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률 일반

요양원을 샀더니 전 주인의 잘못까지 내 책임? — 행정처분 승계와 종합 전략 [시리즈 3편]— 부동산 전문 장재호 변호사의 실전 분석

부만변 2026. 7. 7. 10:40

 

들어가며 "전 주인이 한 일인데, 왜 제가 처분을 받아야 하나요?"

 

요양원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청으로부터 업무정지처분 통보를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전 운영자가 장기요양급여를 부정하게 청구했거나, 노인학대로 적발된 이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분명히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왜 내가 처분을 받아야 하는 걸까요?

 

반대로 요양원을 판 입장에서는 이런 걱정이 생깁니다. "내가 운영할 때 생긴 문제가 매수인에게 넘어가지 않는다면, 매수인이 '속았다'며 계약을 취소하려 할 텐데, 그게 가능한 건가요?"

 

이 두 가지 질문이 바로 이번 편의 핵심입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행정처분 승계 문제는 요양원 매매계약에서 가장 복잡하고 분쟁이 잦은 영역입니다. 1편과 2편에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편에서는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매도인·매수인 각각의 최종 전략을 제시합니다.

 

1. 행정처분 승계란 무엇인가요?

 

"전 주인의 잘못이 나에게 따라온다"는 뜻입니다.

 

요양원을 통째로 인수하는 포괄양도양수계약에서는 건물과 영업권만 넘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 운영자가 받은 행정처분의 효과도 함께 넘어올 수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의4 1항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장기요양기관을 양도하거나 합병한 경우 종전의 장기요양기관에 행하여진 업무정지처분의 효과는 그 처분기간이 만료된 날부터 3년간 양수인에게 승계된다." 쉽게 말해, 전 운영자가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받고 그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3년 안에 요양원을 팔면, 그 처분 이력이 새 운영자에게 그대로 따라붙는다는 뜻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조 제2항입니다. "장기요양기관을 양도하거나 합병한 경우 종전의 장기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처분의 절차가 진행 중인 때에는 양수인에게 그 절차를 속행할 수 있다." , 처분이 아직 확정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태에서 요양원을 팔더라도, 그 절차가 새 운영자에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사건에서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계약 도중 노인학대 판정이 났고, 구청의 업무정지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요양원이 매매되었기 때문입니다.

 

2. 그렇다면 매수인은 무조건 처분을 받아야 하나요?

 

핵심은 '선의'입니다 "몰랐다면 책임지지 않아도 됩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의4 3항은 중요한 예외를 규정합니다. "양수인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으로 설립되는 법인이 그 처분 또는 위반사실을 알지 못하였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법률 용어로는 이를 '선의의 양수인' 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나는 전 운영자의 문제를 전혀 몰랐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면 처분 승계를 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증명 책임은 매수인에게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은 2024년 판결(2023102858)에서 이 문제를 직접 다뤘습니다. 법원은 담당 공무원이 "영업정지처분이 양수인에게 승계되지 않는다"고 진술한 사실, 양수인이 현재 요양원을 운영 중인 사실 등을 종합하여 매수인의 기망 취소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처분이 실질적으로 승계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매수인이 "속았다"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3. 매수인이 '선의'를 입증하려면 어떤 증거가 필요한가요?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매수인이 선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증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증거로는 계약서와 확인서에 행정처분 관련 기재가 없다는 점, 공인중개사가 행정처분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는 진술, 계약 전 관할 구청에 행정처분 이력을 조회한 결과 등이 있습니다.

 

노인학대 신고 시점에 관한 증거도 중요합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가 접수된 날짜가 계약 체결일 이후라면, 계약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는 주장이 강해집니다.

 

보통 계약서상 "계약일 현재 행정처분(정지/벌금형)이 있음/없음"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란에 '없음'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매도인이 계약 당시 행정처분이 없었음을 직접 확인한 것이 됩니다. 이는 매수인의 선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4. 매도인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매수인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매수인이 행정처분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흔히 "계약이후 인수인계 이전까지 행정처분 발생시 이 계약을 무효로 한다" 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이 계약서에 삽입된 경위가 중요합니다. 매수인이 이 조항의 삽입을 요구했다면, 그것 자체가 매수인이 행정처분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간접 증거가 됩니다. "몰랐다면 왜 이런 조항을 넣었겠느냐"는 논리입니다.

 

수집해야 할 증거로는 계약 협상 과정의 카카오톡·문자메시지, 통화 녹취, 이메일, 공인중개사 진술, 계약 전 매수인의 요양원 방문 기록 등이 있습니다. 특히 매수인이 계약 전 요양원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로부터 노인학대 신고 사실을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해당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특약'행정처분', 법원은 어떻게 해석할까요?

 

판례와 계약 해석 원칙으로 보면 '구청의 공식 처분'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질 쟁점 중 하나입니다. 매수인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학대 판정도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매도인은 "행정처분은 구청이 내리는 공식 처분만을 의미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법원이 '구청의 공식 처분'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인천지방법원은 2023년 판결(2023구합51544)에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판정은 행정처분이 아니다"라고 명시적으로 판시했습니다. 법률적 의미의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말하는데,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판정은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둘째, 계약서가 행정처분의 예시로 '정지/벌금형'을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계약 당사자들이 '행정처분'을 구청 등 행정청의 공식 처분으로 이해했음을 보여줍니다.

 

셋째, 계약 조항이 불명확한 경우 그 조항을 삽입하도록 요구한 측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계약 해석의 일반 원칙입니다. 매수인이 이 특약의 삽입을 요구했다면, 불명확한 부분은 매수인에게 불리하게 해석됩니다.

 

6. 퇴직연금, 누가 책임지나요?

 

포괄양도양수에서 가장 자주 분쟁이 되는 문제입니다

 

계약서에는 흔히 퇴직금을 양도인 부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괄양도양수계약에서는 직원들의 고용 관계가 그대로 승계되므로, 실제로 퇴직금 지급 의무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합니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경우,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직원 개인 계좌에 납입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납입된 금액은 직원 개인 소유이므로 양도인이 별도로 지급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납입이 누락된 기간이 있거나, 포괄양도양수 이후 직원들이 퇴직하는 경우 퇴직금 정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경우에는 이 퇴직연금 처리 문제도 함께 정산해야 하므로, 계약 해제 시 원상회복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7. 매도인·매수인 각각의 최종 전략 정리

 

매도인(요양원을 판 사람)의 종합 전략

 

요양원을 판 입장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우선순위 순으로 정리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강제집행 착수입니다. 잔금에 대해 공정증서가 작성되어 있다면, 별도의 소송 없이 즉시 매수인의 예금을 압류하고 추심할 수 있습니다. 강제집행이 완료되면 매수인이 나중에 "계약이 무효니까 집행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해도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됩니다. 이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동시에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준비해야 합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현장조사 절차에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위반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청문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출해야 합니다. 업무정지처분이 취소되면 특약 제3조의 '행정처분 발생'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아 계약 무효 주장의 전제가 사라집니다.

 

인수인계 완료 시점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상 인수인계 기간이 공란으로 되어 있습니다. 인수인계가 이미 완료된 이후에 처분이 발령된다면, 특약'인수인계 이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계약 무효 주장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매수인(요양원을 산 사람)의 종합 전략

 

요양원을 산 입장에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해야 합니다.

 

먼저 업무정지처분이 실제로 발령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판정만으로는 특약이 발동되지 않습니다. 구청의 공식 처분이 있어야 합니다.

 

처분이 발령되었다면 즉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해야 합니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요양원을 계속 운영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민사 소송에서 계약 무효 확인 청구 또는 잔금 반환 청구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처분이 인수인계 완료 전에 발령되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인수인계 완료 시점을 증명하는 서류, 직원 승계 관련 서류, 입소자 케어 인수인계 기록 등이 중요합니다.

 

8. 이런 분쟁, 미리 막을 수 있었을까요?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의 예방이 최선입니다

 

유사한 분쟁을 다수 다뤄온 경험에서 보면, 이런 분쟁의 대부분은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요양원 매매계약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정리합니다.

 

계약 전 확인 사항으로는 관할 구청에 행정처분 이력 조회,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 이력 조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급여 부정수급 이력 조회, 직원 퇴직연금 납입 현황 확인, 입소자 현황 및 계약 관계 확인이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 시 주의 사항으로는 행정처분의 의미를 명확히 정의하는 조항 삽입, 인수인계 기간을 구체적인 날짜로 기재, 퇴직연금 처리 방법 명시, 행정처분 발생 시 계약 해제의 효과(계약금 반환 여부 포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처럼 인수인계 기간이 공란으로 남아 있거나, '행정처분'의 의미가 불명확하게 기재된 경우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수십억 원짜리 계약에서 계약서 한 줄의 모호함이 수억 원의 분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 사건이 잘 보여줍니다.

 

9. 노인보호 사건, 전문 변호사가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행정·민사·형사가 동시에 얽히는 복합 분쟁입니다

 

노인학대 판정과 관련된 분쟁은 단순한 행정 사건이 아닙니다. 행정처분 취소 소송(행정), 계약 무효 확인 및 잔금 반환 청구(민사), 경우에 따라서는 노인학대 형사 고소(형사)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여기에 요양원 매매계약이라는 부동산 거래까지 얽히면, 이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실무에서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사회복지사업법, 행정조사기본법, 민법, 민사집행법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고, 행정처분 취소 소송의 타이밍과 민사 강제집행의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야 합니다.

 

저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 요양원·노인복지시설의 매매계약 분쟁을 다수 다뤄왔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내용처럼,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통해 민사 계약 분쟁의 전제를 무너뜨리는 전략, 강제집행 완료를 통해 청구이의의 소의 이익을 소멸시키는 전략, 현장조사 절차 하자를 통해 처분 자체를 취소시키는 전략은 각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분석해야만 도출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요양원 매매, 계약서 도장 찍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세요

 

3편에 걸쳐 요양원 포괄양도양수계약과 노인학대 판정, 행정처분 승계 문제를 다뤘습니다.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요양원 매매는 부동산 거래이면서 동시에 행정 허가권의 이전이고, 직원 고용 관계의 승계이며, 과거 행정처분 이력의 인수입니다. 이 모든 것을 계약서 한 장에 담아야 하고, 그 한 장이 수억 원의 분쟁을 만들기도, 막기도 합니다.

 

요양원 매매를 앞두고 계시거나, 이미 계약 후 분쟁이 발생하셨다면 초기 대응이 결정적입니다. 강제집행 착수, 행정심판 제기, 집행정지 신청은 모두 시간이 생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