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률 일반

1조 7천억짜리 개발 사업, 내 땅 옆에 들어온다면? — 애월포레스트 사건으로 보는 개발 승인 분쟁의 모든 것

부만변 2026. 7. 2. 10:27

 

들어가며 "내 동네에 갑자기 테마파크가 생긴다고요?"

 

어느 날 아침, 오랫동안 살아온 마을 인근에 대형 개발 사업 공고문이 붙습니다. 125만 제곱미터, 17천억 원 규모의 숙박시설과 테마파크가 들어선다는 내용입니다. 주민설명회도 제대로 없었고, 환경 조사는 4개월 만에 끝났다는 소문이 돌고, 원래 개발이 안 되는 땅인데 특별법 조항을 활용해 우회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나는 그냥 주민인데, 이걸 막을 수 있나요?"
"사업자도 아니고 직접 당사자도 아닌데, 소송을 낼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부동산 관련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면서, 개발 사업 승인을 둘러싼 행정소송 사건을 여러 차례 다뤄왔습니다. 오늘은 현재 제주도에서 진행 중인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소재로, 이런 상황에서 주민이 실제로 어떤 법적 권리를 가지는지, 그리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떤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지를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이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사건의 개요

 

한화그룹 산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제주도 애월읍 상가리 일대 125(38만 평) 부지에 숙박시설,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는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투자 규모만 약 17천억 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입니다.

20266, 제주도는 사업계획서 열람 공고를 내고 주민 의견 수렴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환경영향평가 심의 도의회 동의 최종 사업승인 결정의 순서로 절차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사업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핵심 논란 — 쉽게 정리하면

 

원래 개발이 안 되는 땅인데?
사업 부지의 19%'보전관리지역'입니다. 보전관리지역이란 쉽게 말해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개발을 제한하는 땅"입니다. 국토계획법상 이런 땅에는 지구단위계획(개발 계획의 일종)을 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업자는 제주특별법의 특례 조항을 활용해 '개발진흥지구'로 먼저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 제한을 우회하고 있습니다.

 

환경 조사가 너무 짧지 않나요?
일반적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평가하는 절차)는 사계절 조사를 기본으로 하며, 최소 1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여름·가을철 조사만으로 4개월 만에 완료되었습니다.

 

중요한 의견이 빠졌다고요?
사업 부지의 69.5%가 초지(풀밭)입니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초지전용허가'(풀밭을 다른 용도로 바꾸는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관계 부서가 "초지를 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이 의견이 평가 과정에서 누락되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상수도 특혜 논란
해당 지역은 원래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급수구역 외 지역'입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이 사업을 위해 상수도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습니다.

 

2. 주민 입장 "나는 소송을 낼 수 있나요?"

 

Q. 사업 승인 처분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인근 주민도 소송을 낼 수 있나요?

 

A. , 가능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행정소송에서 소송을 낼 수 있는 자격을 '원고적격'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이 소송을 낼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따지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안에 사는 주민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경상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8. 9. 22. 선고 9719571 판결). ,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안에 살고 있다면 별도로 피해를 일일이 증명하지 않아도 소송 자격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대상지역 밖에 사는 주민은 "이 개발로 인해 내가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는 환경 피해를 받는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실무 포인트: 환경영향평가서에 기재된 '대상지역'의 범위가 실제 영향권보다 좁게 설정되어 있다면, "대상지역 설정 자체가 부실하다"는 주장을 통해 대상지역 밖 주민도 소송 자격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소송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요?

 

A. 환경영향평가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으로 부실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330 전원합의체 판결 이른바 '새만금 판결'):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면, 비록 그 내용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그 부실의 정도가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둔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이어서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아니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가 아닌 이상, 그 부실은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로 됨에 그칠 뿐이다."

 

쉽게 말하면, 환경 조사가 짧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짧은 조사 때문에 실제로 중요한 생태 정보가 누락되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입증 전략이 유효합니다.

- ·겨울철 미조사로 인해 누락된 생물종(철새 도래지, 양서류 번식지 등) 목록을 전문가 감정으로 확보

- 환경부 전국자연환경조사 자료, 제주도 생태계 조사 자료 등 공공 데이터 활용

- 유사 규모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와 비교하여 조사 기간의 현저한 차이 입증

 

Q. 관계 부서의 초지 보전 의견이 누락된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법령 위반이자 이익형량의 하자입니다.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관계 행정기관의 의견 및 이에 대한 반영 여부"를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견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그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의견 자체가 누락되었습니다. 사업 부지의 69.5%가 초지이고 초지전용허가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초지 보전 의견을 아예 빠뜨린 것은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빠뜨린 이익형량의 하자"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를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8567 판결, 대법원 2000. 3. 23. 선고 982768 판결).

 

광주고등법원도 골프장 조성사업 실시계획 승인 사건에서, 환경영향평가 및 관계 기관 의견서에서 인근 주민에 대한 피해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였음에도 이를 승인 조건에서 누락한 것은 이익형량을 적절히 하지 않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광주고등법원 2012. 1. 26. 선고 20101063 판결).

 

Q. 회의록도 없이 심의를 진행한 것은 문제가 없나요?

 

A. 조례 위반이며, 심의의 적법성을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심의 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관련 조례를 위반한 것입니다. 회의록이 없으면 심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는 "심의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는 입증 자체를 어렵게 만들므로, 소송에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사업자 입장 "우리는 법대로 했는데, 왜 문제가 되나요?"

 

Q. 제주특별법 특례를 활용한 것인데, 이게 왜 문제가 되나요?

 

A. 특례 활용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이익형량이 충분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도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국토계획법보다 유연한 개발 방식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개발진흥지구 지정을 통해 보전관리지역에서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정계획 결정 시 "이익형량을 전혀 행하지 아니하거나,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하거나, 이익형량의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8567 판결). 특례를 활용하더라도 보전관리지역의 보전 필요성, 초지 생태계의 가치, 지하수 함양 기능 등을 충분히 고려한 이익형량이 이루어졌는지가 관건입니다.

 

Q. 농지를 아직 처분하지 않은 것이 사업승인에 걸림돌이 되나요?

 

A. 사업승인 자체의 거부 사유가 되기는 어렵지만, 별도의 법적 리스크가 있습니다.

 

사업승인 시 농지전용허가가 의제(자동으로 허가된 것으로 처리)되는 구조라면, 농지 미처분이 사업승인 거부의 독립적 요건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도 "의제된 인허가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이 사업승인 처분 자체의 위법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38792 판결).

 

다만, 농지전용허가 의제 시 관계 행정청과의 협의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의제 효과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업자는 별도로 농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받지 않고 사업을 시행하면 농지법 위반이 됩니다.

 

Q. 상수도 공급 검토나 지구단위계획 제한 완화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나요?

 

A. 특정 사업자를 위한 정책 변경이라는 점이 입증되면 재량권 남용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상수도 급수구역 외 지역에 대한 상수도 공급 검토, 중산간 지구단위계획 제한지역 완화 움직임이 이 사업 추진 시점과 일치하고, 다른 사업자에게는 동일한 혜택이 부여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이는 평등원칙 위반 및 재량권 일탈·남용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내부 검토 문서와 회의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유사 사건에서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개발 사업 승인을 둘러싼 분쟁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 왔는지, 주요 판례를 정리해 드립니다.

 

① 새만금 판결 — 환경영향평가 부실의 기준을 세우다
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330 전원합의체 판결은 환경영향평가가 다소 부실하더라도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닌 이상 처분이 당연히 위법하지 않다는 기준을 확립했습니다. 이 기준은 이후 모든 환경영향평가 관련 소송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② 골프장 조성사업 — 이익형량 누락이 재량권 남용
광주고등법원 2012. 1. 26. 선고 20101063 판결은 골프장 조성사업 실시계획 승인 시 인근 주민에 대한 피해 방지 대책을 누락한 것이 이익형량의 하자로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관계 부서 의견 누락 문제와 직결되는 판례입니다.

 

③ 공공주택지구 지정 — 후속 절차 보완 가능성
서울행정법원 2022. 6. 23. 선고 2020구합58731 판결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용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후속 절차에서 보완될 예정이고 공익과 환경보전 가치를 종합 고려한 이익형량에 하자가 없다면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업자 측에서 참고할 수 있는 판례입니다.

 

④ SRF 발전시설 — 환경영향평가 누락은 중대한 하자
수원고등법원 2020. 9. 16. 선고 202010520 판결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아예 누락한 것은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며, 이를 이유로 한 공사중지명령이 적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절차 자체의 누락과 부실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⑤ 의제된 인허가의 독립성 — 사업승인과 별개로 다툴 수 있다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38792 판결은 의제된 인허가에 하자가 있더라도 사업승인 처분 자체의 위법 사유가 되지 않으며, 의제된 인허가는 별도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농지전용허가 의제 문제를 다투는 데 핵심적인 판례입니다.

 

5. 결론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애월포레스트 사건은 단순히 제주도의 한 개발 사업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국 어디서든 대형 개발 사업이 추진될 때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주민 입장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안에 거주한다면 소송 자격이 추정됩니다. 단순히 "조사 기간이 짧았다"는 주장보다는, 그로 인해 실제로 어떤 생태 정보가 누락되었는지를 전문가 감정과 공공 데이터로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특례 조항을 활용하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이익형량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관계 부서의 의견이 적법하게 처리되었는지를 꼼꼼히 관리해야 합니다. 절차상 하자는 나중에 사업 전체를 흔드는 리스크가 됩니다.

 

부동산과 관련된 개발 분쟁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닙니다. 토지의 이용 가능성, 재산 가치,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이 모두 얽혀 있는 복합적인 법률 문제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계신다면,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와 상담하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본 게시글은 공개된 보도 자료와 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된 법률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조언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받으시기 바랍니다.

 

장재호 변호사 | 부동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