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률 일반

개발 사업 승인, 막을 수 있을까? — 환경영향평가 부실과 행정소송의 실전 전략 (2편)

부만변 2026. 7. 3. 09:45

 

들어가며 "절차는 다 밟았다는데, 왜 이렇게 찜찜하죠?"

 

1편에서는 애월포레스트 사건의 전체 구조와 주민·사업자 각각의 기본적인 법적 권리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2편에서는 실제 소송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질문들, "환경 조사가 짧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나요?", "농지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면 되는 건가요?", "특별법 특례를 쓴 게 왜 문제가 되나요?" 같은 현실적인 질문들에 답해 드리겠습니다.

 

부동산 관련 개발 분쟁을 오랫동안 다뤄오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의뢰인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순간은 "절차는 다 밟았다"는 말을 들을 때입니다. 서류는 제출됐고, 심의는 통과됐고, 공고도 났습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느낌'을 법적 논거로 바꾸는 것이 바로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1. 환경 조사가 짧았다는 것, 어떻게 증명하나요?

 

Q. "4개월 조사가 부실하다"는 걸 법원에서 인정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A. '짧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래서 무엇이 빠졌는가'를 입증해야 합니다.

 

이 질문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계절 조사를 안 했으니 당연히 위법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법원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광주지방법원은 2022년 판결에서 "환경영향평가법령은 반드시 사계절에 걸쳐 현지조사가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계절에 걸쳐 현지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여 법령위반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2. 4. 15. 선고 2021구합11166 판결). , 사계절 미조사 자체가 자동으로 위법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할까요? 핵심은 "·겨울철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중요한 생태 정보가 누락되었고, 그 누락이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목적 자체를 달성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판결에서, 멸종위기종 맹꽁이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하여 마치 사업지구 밖에만 소수 개체가 서식하는 것처럼 부실한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미흡한 보호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환경영향평가 제도 자체를 형해화(껍데기만 남게 만든 것)하였다고 판단하여 처분을 취소한 바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 2. 10. 선고 2019구합74850 판결). 이 사건에서 결정적이었던 것은 '조사 기간이 짧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결과 특정 생물종의 서식 현황이 완전히 잘못 파악되었다'는 구체적 사실이었습니다.

 

Q. 그렇다면 제주 중산간 지역에서 봄·겨울철 조사가 왜 중요한가요?

 

A. 제주 중산간 초지는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생태계가 펼쳐지는 곳입니다.

 

애월포레스트 사업 부지의 69.5%는 초지(풀밭)입니다. 제주 중산간 초지는 다음과 같은 계절별 특성을 가집니다.

 

봄철(3~5)은 양서류의 번식기입니다. 제주도에 서식하는 맹꽁이, 두꺼비 등 양서류는 봄철에 번식 활동을 하며, 이 시기에만 서식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11~2)은 철새 도래 시기입니다. 제주 중산간 초지는 겨울 철새의 중간 기착지 또는 월동지로 기능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여름·가을철 조사로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계절별 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가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전국자연환경조사 결과에는 해당 지역의 생물종 분포 현황이 계절별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57조 제3항에 따라 제주도지사는 관리보전지역 지정 시 희귀·멸종위기 동식물 서식지를 조사하여야 하므로, 이 조사 결과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립생태원이 수행한 제주 중산간 지역 생태계 조사 자료도 유용한 비교 자료가 됩니다.

 

전문가 감정은 소송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 수단입니다. 생태학·환경영향평가 전문가로부터 "여름·가을철 조사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생물종 목록""그 생물종의 법정보호종 해당 여부"를 담은 감정서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 관계 부서 의견이 빠진 것, 그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요?

 

Q. 담당 부서가 "초지를 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는데 이 의견이 빠졌다면, 법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A.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법령이 요구하는 필수 기재사항의 탈락입니다.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관계 행정기관의 의견 및 이에 대한 반영 여부"를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의 핵심은 의견을 반드시 따르라는 것이 아닙니다. 의견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그 이유를 명시하라는 것입니다. , 의견 자체를 아예 누락한 것은 "반영 여부를 판단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서 법령 위반에 해당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익형량(利益衡量)의 문제입니다. 이익형량이란 쉽게 말해 "개발의 이익과 보전의 이익을 저울질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행정계획을 결정할 때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빠뜨린 경우"를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8567 판결, 대법원 2000. 3. 23. 선고 982768 판결).

 

사업 부지의 69.5%가 초지이고 초지전용허가(풀밭을 다른 용도로 바꾸는 허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초지 보전 의견을 이익형량에서 완전히 배제한 것은 저울의 한쪽 추를 아예 빼버린 것과 같습니다.

 

광주고등법원은 골프장 조성사업 실시계획 승인 사건에서, 환경영향평가 및 관계 기관 의견서에서 인근 주민에 대한 피해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였음에도 이를 승인 조건에서 누락한 것은 이익형량을 적절히 하지 않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광주고등법원 2012. 1. 26. 선고 20101063 판결). 이 판결은 애월포레스트 사건에서 초지 보전 의견 누락 문제를 다투는 데 직접적인 선례가 됩니다.

 

Q. 회의록도 없이 심의를 진행한 것은 어떤 법적 효과가 있나요?

 

A. 심의 자체를 무효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소송에서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심의 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관련 조례를 위반한 것입니다. 이것이 심의 자체를 당연무효(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것)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려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야 하는데, 회의록 미작성만으로 그 수준에 이른다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송 전략적으로는 매우 유용한 무기입니다. 회의록이 없으면 심의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되었는지, 어떤 근거로 결론이 났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는 "심의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행정청이 입증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입증책임 전환의 논거로 활용합니다. , "회의록도 없는데 심의가 제대로 됐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법정에서 던질 수 있게 됩니다.

 

3. 특별법 특례를 쓴 것, 정말 문제가 되나요?

 

Q. 제주특별법에 허용된 방법을 쓴 건데, 왜 편법이라는 말이 나오나요?

 

A. 특례 활용 자체가 위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익형량이 충분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구조를 파악해야 합니다. 국토계획법상 보전관리지역(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개발을 제한하는 땅)에는 지구단위계획(개발 계획의 일종)을 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개발진흥지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로 먼저 지정하면 지구단위계획 지정이 가능해집니다. 사업자는 제주특별법의 특례를 활용해 이 경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도의 특수성을 반영한 특별법으로서 국토계획법에 대한 특별법적 지위를 가집니다. 따라서 특례 조항을 활용하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닙니다. 그러나 특별법이 일반법을 배제하는 것은 특별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문제는 개발진흥지구 지정 결정 과정에서 보전관리지역의 보전 필요성, 제주 중산간 지역의 생태적 가치, 지하수 함양 기능, 관계 부서의 초지 보전 의견 등이 이익형량에서 충분히 고려되었는지입니다. 이것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면, 특례를 활용한 개발진흥지구 지정 결정 자체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연접개발 제한규정은 면적 제한규정을 잠탈하는 수법의 편법적인 개발을 방지하고자 함에 그 주된 취지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13954 판결). 이 법리를 유추하면, 보전관리지역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금지 규정을 개발진흥지구 지정이라는 우회 경로를 통해 잠탈하는 것이 국토계획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지를 논거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4. 농지 문제, 나중에 해결하면 되는 건가요?

 

Q. 사업 부지에 농지가 있는데 아직 처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게 사업승인을 막는 이유가 되나요?

 

A. 사업승인 자체를 막는 독립적 요건이 되기는 어렵지만, 별도의 법적 리스크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인허가 의제'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인허가 의제란 쉽게 말해 "사업승인을 받으면 농지전용허가도 함께 받은 것으로 처리된다"는 것입니다. , 사업승인 하나로 여러 개의 허가가 한꺼번에 처리되는 구조입니다.

 

대법원은 "의제된 인허가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이 사업승인 처분 자체의 위법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38792 판결). , 농지전용허가 의제 처분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이 사업승인 처분 자체를 취소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또한 "사업승인 시 관계 행정청과 미리 협의한 사항에 한하여 인허가가 의제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43095 판결). 만약 사업승인 과정에서 농지전용허가에 관하여 관계 행정청과 적법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농지전용허가 의제의 효과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업자는 별도로 농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받지 않고 사업을 시행하면 농지법 위반이 됩니다.

 

Q. 그렇다면 농지 문제를 어떻게 다투어야 하나요?

 

A. 사업승인 처분 취소소송과 농지전용허가 의제 처분 취소소송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대법원은 의제된 인허가도 별도로 항고소송(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38792 판결,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48734 판결). , 사업승인 처분에 따라 의제된 농지전용허가만을 별도로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투트랙 전략이 유효합니다. 사업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부실, 이익형량 하자 등 독립적인 위법 사유를 주장하고, 의제된 농지전용허가 취소소송에서는 농지전용허가 요건 미충족, 협의 절차 위반 등을 별도로 다투는 방식입니다.

 

5. 상수도 특혜와 지구단위계획 완화, 이것도 소송 근거가 되나요?

 

Q. 상수도가 안 들어오는 지역인데 이 사업을 위해 상수도를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이게 특혜 아닌가요?

 

A. 특혜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비교 대상 사례와 차별적 취급의 증거가 필요합니다.

 

상수도 급수구역 외 지역에 대한 상수도 공급 검토, 중산간 지구단위계획 제한지역 완화 움직임이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로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려면, 단순히 "이 사업을 위해 정책이 바뀌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이 재량권 남용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증거가 필요합니다. 첫째, 동일한 조건의 다른 사업자에게는 상수도 공급이 거부된 사례를 수집해야 합니다. 둘째, 상수도 공급 검토 시점이 애월포레스트 사업 추진 시점과 일치한다는 시간적 연관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셋째, 정책 변경이 이 사업 부지를 주된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내부 문서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행정계획 결정 시 "이익형량의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경우"를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82768 판결). 특정 사업자를 위해 기존 정책을 변경하면서 그 정당성·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이는 재량권 남용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6. 이 사건이 부동산 투자자·토지 소유자에게 주는 시사점

 

개발 예정지 인근 토지를 보유하고 계신 분들께

 

대형 개발 사업이 인근에 추진될 때, 토지 소유자는 두 가지 상반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개발로 인해 토지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와, 환경 훼손·교통 혼잡·소음 등으로 오히려 생활환경이 악화되는 경우입니다.

 

전자의 경우라면 개발 사업의 진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매도 또는 개발 참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이번 글에서 설명한 법적 수단을 통해 권리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안에 토지나 주거지가 있다면 소송 자격이 사실상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소송을 낼 수 있다는 의미를 넘어, 개발 사업 승인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시행사 분들께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절차상 하자는 나중에 사업 전체를 흔드는 리스크가 된다"는 것입니다.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거나, 관계 부서 의견을 누락하거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송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낳습니다.

 

특히 인허가 의제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 사업승인 처분과 별도로 의제된 인허가에 대한 취소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각 인허가 요건을 꼼꼼히 점검하고, 관계 행정청과의 협의 절차를 적법하게 이행하는 것이 결국 사업을 안정적으로 완수하는 지름길입니다.

 

7. 마치며 법은 절차를 지키는 자의 편입니다

 

개발 사업 승인을 둘러싼 분쟁에서 법원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절차의 정당성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아무리 큰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빠뜨리거나 법령이 요구하는 절차를 생략했다면 법원은 그 처분을 취소합니다.

 

반대로, 주민 입장에서도 단순히 "개발이 싫다"는 감정적 반대만으로는 소송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가 위반되었는지, 그로 인해 내가 어떤 법적 이익을 침해받았는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부동산과 관련된 개발 분쟁은 토지의 이용 가능성, 재산 가치,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이 모두 얽혀 있는 복합적인 법률 문제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계신다면,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와 상담하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절차가 진행된 이후에는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본 게시글은 공개된 보도 자료와 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된 법률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조언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받으시기 바랍니다.

 

장재호 변호사 | 부동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