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해결사례

거래처가 사업을 넘겼다며 대금 지급을 거절한다면 — 채무인수와 채권자 승낙의 관계를 다룬 물품대금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9나200400)

부만변 2026. 10. 11. 11:48

세 줄 요약

 

· 물품대금 채무자가 사업을 다른 법인에 넘기면서 그 법인이 채무까지 떠안아 변제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채권자의 승낙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1심은 미지급 물품대금 원금과 지연손해금 합계 185,872,200원 전부를 인용했고, 피고가 묵시적 승낙·대위변제를 추가로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같은 결론을 유지해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 장재호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원고(피항소인) 측 담당변호사로 참여했고, 판결은 항소 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글이 답하는 질문

 

1. 거래처가 다른 법인에 사업을 넘기면 기존 채무는 자동으로 그 법인에 넘어갑니까

 

2. 채무인수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효력 발생에 무엇이 필요합니까

 

3. 이 사건에서 피고는 어떤 근거로 책임을 벗어나려 했습니까

 

4. 거래가 계속되었다거나 입금표의 이름이 섞였다는 사정만으로 승낙이 인정됩니까

 

5.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어떻게 갈렸습니까

 

6. 이 판결은 확정되었습니까

 

7. 채권자 입장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합니까

 

8. 채무를 넘겨받는 쪽은 무엇을 받아 두어야 합니까

 

 

법령 일람

 

법령 조문 내용
민법 제454조 제1항 제삼자가 채무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민법 제454조 제2항 채권자의 승낙 또는 거절의 상대방은 채무자나 제삼자이다
상법 제54조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은 연 6푼으로 한다

 

 

인용 판결 일람

 

법원 사건번호 선고일 쟁점 결론
의정부지방법원 2018가단3595(물품대금) 2018. 12. 20. 채무인수에 대한 채권자 승낙 여부, 미지급 물품대금과 지연손해금의 범위 승낙을 인정할 증거 없음, 청구 전부 인용(제1심)
의정부지방법원 2019나200400(물품대금) 2019. 8. 20. 묵시적 승낙·대위변제 추가 주장의 인정 여부 추가 증거로도 인정 부족, 항소 기각(항소심, 확정)

 

────────────────────

 

거래하던 업체가 다른 회사에 사업을 통째로 넘겼습니다. 그 뒤로도 물건은 계속 들어갔는데, 정작 대금을 받아야 할 쪽은 원래 거래하던 상대방이었습니다. "이제 그 회사가 책임질 일"이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피고 측 주장에도 들을 구석은 있었습니다. 사업을 넘겨받은 새 법인이 실제로 영업을 계속했고, 입금 내역에도 옛 상호와 새 법인 이름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사실관계: 2014년 2월까지의 미지급 물품대금 1억 6,479만 원

 

원고는 폐수처리약품을 도매로 공급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C'라는 상호로 섬유임가공업을 하던 개인사업자였습니다.

 

원고는 2014년 2월 24일까지 피고에게 약품을 공급했는데, 그 날짜를 기준으로 미지급 물품대금이 164,799,579원 남아 있었습니다.

 

 

3년 만의 일부 변제, 지연이자에 먼저 충당되다

 

피고는 2017년 4월 17일에야 1,000만 원을 갚았는데, 마지막 거래일 다음 날부터 3년 넘게 쌓인 지연이자가 원금보다 먼저 충당되는 구조여서 이 돈은 지연이자 일부에만 충당되었습니다.

 

 

청구: 원금과 지연손해금 합계 1억 8,587만 원

 

원고는 원금 164,799,579원에 남은 지연손해금 21,072,621원을 더한 185,872,200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원금에 대하여 상사법정이율 연 6%, 소장 송달 후에는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지급을 구했습니다.

 

 

피고의 항변: 사업을 넘긴 법인이 대신 갚았다

 

피고는 2014년 3월 12일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다른 법인에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고, 그 법인이 이 사건 물품대금 채무까지 인수해 변제했으므로 더 이상 책임이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쟁점: 채무인수는 채권자가 승낙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민법 제454조 제1항은 제3자가 채무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한 경우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채무자와 제3자끼리 아무리 합의해도, 채권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그 합의는 채권자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면책적 인수와 병존적 인수는 결과가 다릅니다

 

승낙이 없으면 제3자는 기존 채무자와 함께 책임을 지는 병존적 인수에 그칠 뿐, 기존 채무자가 책임에서 벗어나는 면책적 인수는 되지 않습니다.

 

채권자가 승낙해야 비로소 기존 채무자가 빠지고 새 채무자만 남는 면책적 인수의 효력이 생깁니다.

 

 

1심 판단: 승낙과 변제 모두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피고는 새 법인과 체결한 영업양도 관련 서류를 증거로 냈지만, 원고가 그 채무인수에 승낙했다는 사실이나 새 법인이 실제로 원고에게 돈을 갚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없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8. 12. 20. 선고 2018가단3595 판결은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전부 인용했습니다.

 

 

항소심 추가 주장: 묵시적 승낙과 대위변제

 

피고는 항소심에서 두 가지를 추가로 주장했습니다. 첫째, 원고가 새 법인과 계속 거래를 이어 갔고 입금표에 옛 상호와 새 법인 이름을 섞어 기재했으므로 원고가 채무인수를 묵시적으로 승낙했다는 것입니다.

 

둘째, 새 법인 설립 초기에 "먼저 생긴 피고의 채무부터 갚겠다"고 고지했으므로 새 법인의 계속된 변제로 피고의 채무가 소멸되었다는 것입니다.

 

 

항소심 판단: 거래가 계속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새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① 새 법인이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다는 사실, ② 원고가 이를 승낙했다는 사실, ③ 새 법인이 실제로 피고를 대신해 변제했다는 사실 가운데 어느 것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거래가 계속되었다거나 입금표의 기재가 섞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제부터 새 법인에게만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9. 8. 20. 선고 2019나200400 판결은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도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결론: 항소 기각으로 확정

 

1심 판결의 이유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인용되었고, 피고가 추가한 주장만 별도로 판단되었습니다.

 

판결은 항소 기각으로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장재호 변호사는 당시 소속 법무법인의 담당변호사로 항소심에서 원고(피항소인) 측을 대리했습니다.

 

 

묵시적 승낙이 인정되려면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필요합니다

 

거래를 계속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채권자가 새 채무자에게 직접 청구서를 보냈다거나 기존 채무자에게는 더 이상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등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뒷받침되어야 묵시적 승낙이 인정됩니다.

 

 

채권자라면: 새 법인과 거래를 계속할 때 의사표시에 주의해야 합니다

 

거래처가 사업을 넘긴다는 통보를 받았더라도, 이에 동의하거나 회신하지 않는 한 기존 거래처에 대한 채권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그 이후 새 법인과만 거래를 계속하면서 채권자 쪽에서 적극적으로 "새 법인에만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자료를 남기면, 뒤에 채무인수 승낙 여부를 다툴 때 불리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채무를 넘겨받는 쪽이라면: 승낙서를 반드시 받아 두어야 합니다

 

사업을 양수하면서 거래처의 기존 채무까지 떠안기로 했다면, 채권자의 승낙서나 그에 준하는 서면을 받아 두어야 뒤에 분쟁이 생기지 않습니다.

 

영업양도계약서에 채무인수 조항을 넣거나 구두로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것만으로는, 채권자에게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 확인해야 할 서류

 

채무인수 여부가 다투어지는 거래라면 영업양도계약서, 채권자 앞으로 보낸 청구서·통지문, 입금표와 거래명세서를 날짜순으로 모아 두어야 승낙 여부를 입증할 때 유리합니다.

 

특히 채권자가 새 채무자에게만 청구했는지, 기존 채무자에게는 청구를 멈추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으면 승낙 여부 판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사건이 남긴 실무적 시사점

 

거래처의 사업 양도는 매년 일어나는 일입니다. 새 법인과 거래를 이어가야 하는 입장에서도, 기존 채무자에 대한 채권은 채권자가 명시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한 살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거래 관행을 정해야 뒤에 분쟁이 줄어뒭니다.

 

 

참고한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9. 8. 20. 선고 2019나200400 판결(물품대금, 항소심, 확정) / 의정부지방법원 2018. 12. 20. 선고 2018가단3595 판결(물품대금, 제1심)

 

────────────────────

 

장재호 변호사 | 로앤강 법률사무소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부동산전문변호사(제2023-818호) / 세무사 자격 보유

 

서울지방변호사회 중대재해처벌법 TF 자문위원 / 강남구도시관리공단 법률자문위원 역임

 

서울 송파구 법원로8길 13 헤리움써밋타워 1004호 / 상담 010-8749-3630 / lawcjh80@naver.com / www.lawcjh.kr

 

카카오톡 상담 https://open.kakao.com/o/s93PkZHi

'사건해결사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간임대주택 임대사업자가 보증 가입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임차인은 계약기간 중에 해지할 수 있습니까 — 신뢰관계 파괴를 이유로 한 해지로 보증금 2억 원대 청구 전부 인용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가단103737, 대법원 94다17826)  (0) 2026.10.08
기간을 1년으로 정한 재계약이 끝났는데 임대인이 연락을 끊으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까 — 2년 미만 약정기간의 만료를 임차인이 주장해 보증금 2억 7,800만 원을 변론 없이 전부 인용받은 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가단116864, 대법원 96다5551)  (0) 2026.10.07
새 집주인이 갭투자 명의수탁자라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면 임차인은 등기명의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까 — 부동산실명법상 무효를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 2억 8,000만 원을 전부 인용한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단5154841, 대법원 2003다58010)  (0) 2026.10.04
대항력이 생기기 전에 집이 팔린 뒤 매수인과 계약서를 다시 쓴 임차인은 종전 임대인에게도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까 — 면책적 채무인수의 묵시적 승낙을 인정해 매수인에게만 3억 6,500만 원을 인용한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4가단148209, 대법원 2008다39663)  (0) 2026.10.03
공증 인증을 받아 둔 자필유언서를 2년 넘게 알리지 않았다면 유언서 은닉으로 상속결격이 됩니까 — 필적감정 불일치에도 자필증서 유언을 유효로 보고 부당이득·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한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가합101438, 대법원 97다38510)  (0) 2026.10.01